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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런던시의 풍환경 시뮬레이션 모습 | ||
전국 31층이상, 10년새 3.6배 늘어
초고층 몰린 부산 ‘빌딩풍’ 피해 우려
英美 등 지방정부 차원서 대응
런던은 100m 이상 건물 지으려면
‘풍동실험 설계보고서’ 제출해야
풍력실험만으론 빌딩풍 예측 힘들어
풍하중 검토 결과로 환경 바꾸면
바람세기 조절 가능, 피해 줄일 수 있어
조금 센 바람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빌딩풍’(skyscraper wind effect)이 강풍과 만나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바람은 고층 건물 사이를 통과하며 더 빨라지고, 건물에 부딪쳐 소용돌이치거나 위로 솟구치고 아래로 급강한다. 고층 빌딩이 밀집한 서울 강남과 부산 해운대에서 빌딩풍이 유독 잦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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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물에 의한 바람의 변화 | ||
<건설경제>가 국토교통부 건축물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31층 이상 고층빌딩은 2010년 753개동에서 2019년 2739개동으로 10년새 3.6배, 무려 2000여개동이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시ㆍ도 면적 대비 고층빌딩 밀집도는 부산(419개)이 단연 1위다. 인천(387개)을 포함한 수도권(경기 696개, 서울 394개)엔 전국 고층 빌딩의 절반이 넘는 54%가 몰려 있다.
특히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이 몰린 부산의 마린ㆍ센텀시티는 대표적 빌딩풍 피해 우려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2003년 역대급 피해를 안긴 태풍 ‘매미’의 경우 강풍을 직접 맞은 외곽 건물보다 아파트 단지 내부 동의 외장재 피해가 훨씬 컸다. 행정안전부와 부산시가 발주한 빌딩풍 연구용역을 수행 중인 권순철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팀은 “이상기후로 해안가에 해일이나 태풍 피해 가능성이 더 커진 상황에서 빌딩풍은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는 신종 재난”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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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풍환경 가이드라인 만든 런던시
영국, 미국, 캐나다 등 해외에선 빌딩풍이 인명 사고와 각종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지방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 런던시는 지난해 8월 ‘런던시 풍환경(Wind Microclimate)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00ｍ 이상 고층건물을 새로 지으려면 풍동실험 또는 클라우드 기반 풍력시뮬레이션 설계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풍동실험용 모델은 부지 중심에서 400ｍ 이내에 있는 모든 주변 건물을 구현하고, 템스강 가장자리처럼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에 대해선 더 자세한 검사를 수행토록 했다.
특히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안전기준을 따로 둔 게 눈에 띈다. 초속 15ｍ를 자전거 운행의 안전기준으로 정하고, 횡풍 등 자전거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의 설계 반영을 권고한다. 시는 풍환경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엔지니어와 건축가들에게 정확하고 상세한 3D 도시모델과 36개 주요 풍향정보를 제공한다. 캐나다 구엘프시도 지난해 보행자를 위한 신축 건물의 풍영향 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풍환경 연구를 선도한 로슨(Lawson)팀은 보행자의 생활패턴에 맞춰 바람 세기의 상한선을 정해놨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있을 때(초속 2.5∼4.0ｍ)부터 산책(4.0∼6.0ｍ), 조깅(6.0∼8.0ｍ) 시의 최적 풍환경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새 건물이 들어설 때 이 기준대로 설계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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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슨(Lawson)의 풍환경 평가기준 | ||
◇ 빌딩풍, 외부공간 활용 막는 불청객
반면, 국내에선 빌딩풍 영향을 검토하는 풍환경 실험이 드물다. 건물 뼈대가 바람을 잘 견딜 수 있게 설계됐는지 보는 일반적 풍동실험(풍력실험) 비율을 100%로 보면 창호ㆍ외벽 등 외장재 안전도를 보는 ‘풍압실험’은 60%, 빌딩풍 영향을 보는 ‘풍환경실험’은 5%에 못 미친다.
문제는 풍력실험만으로는 빌딩풍 영향을 제대로 예측하기 힘들고, 건물 간 풍하중 간섭도 검토할 수 없다는 점이다. 풍동실험의 기본인 풍압실험은 건물이 개활지에서 단독으로 서 있는 경우를 산정한 것이다. 빌딩숲이 급증하고, 저층 건물 사이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현실을 반영할 수 없다. 임준택 한양풍동실험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코로나 사태로 건물 외부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빌딩풍은 이런 외부공간 활용을 막는 불청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일부 건축주들은 풍환경 실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 대형 골프리조트는 이용객들이 체감하는 바람을 조사하기 위해 100여곳의 풍환경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빌딩풍이 무서워서 고층 건물을 규제하는 방안은 더 후진적이란 지적이다. 풍하중 검토 결과를 근거로 건물 디자인을 바꾸거나 주변 환경을 바꿔주면 된다. 빌딩풍은 바람의 영향과 건물형상, 수목 등 주변 조형물에 의해 더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 있다. 일본 도쿄의 NEC 수퍼타워빌딩은 건물 중간에 3층 높이의 바람구멍(풍혈)을 뚫었고, 영국의 스트라다빌딩은 건물 꼭대기에 3개의 풍혈과 대형터빈을 설치해 빌딩풍을 줄였다. 영국 리즈시는 건물 사이에 방풍 스크린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빌딩풍에 대응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kth@
기사출처: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009101110182650799
